유독 늦가을에 더 사랑받는 브람스의 음악
몇 년 전 한 방송사에서 음대생들과 클래식 음악계의 이야기를 다룬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프랑소와 사강의 소설에서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원작에서는 작가가 제목 뒤에 점 세 개(...)만 쓰기를 바랐는데 드라마에서는 물음표를 달았다는 것. 또 소설 원작을 영화화한 <Goodbye Again 이수(離愁)>에서는 브람스의 교향곡 3번의 3악장이 배경에 쓰였지만, 드라마에서는 시종일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가 강조되었다는 점, 그리고 멘델스존, 차이콥스키, 프랑크 등의 낭만시대 작곡가들의 독주곡, 실내악 등이 등장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음악대학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제로 한 드라마의 제목을 정할 때, 수많은 음악가들 중 브람스의 이름을 택했다는 것은, 이미 주인공들 중 누군가는 소위 말하는 ‘고구마 캐릭터’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 가능했다. 또한 브람스라는 인물의 생애로 미루어보아 ‘쉽게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등장할 것이라는 것도 짐작 가능했다. 베토벤이라면 근엄함과 열정을, 모차르트라면 재기 발랄함을, 리스트였다면 천재적인 카사노바의 캐릭터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브람스는 낭만주의의 한가운데 활동했던 음악가이지만 진지하고 보수적이었다. 1897년까지 살았던 브람스는 시기적으로는 거의 현대(20세기) 음악의 시기와도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극도의 화려함으로 대표되는 후기 낭만주의가 무르익어가던 시대도 신고 전파라고 불릴 만큼 절대음악을 고수해왔다. 음악에 이야기를 담아 의미를 부여하는 표제음악이 유행하던 시기에도 브람스는 소나타, 변주곡, 실내악, 교향곡 등의 음악을 고집하면서 베토벤, 멘델스존, 슈만으로 이어지는 독일 음악의 전통을 계승한 북부 독일 출신이라 소박하고 강건한 스타일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브람스의 본성이 건실했기 때문에 화려하지 않은 순수하면서도 풍부한 감성으로 정통적 낭만주의의 한 축을 담당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