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바는 브라흐마와 비슈누의 능력을 포섭하는 강력한 신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 뭄바이(Mumbai)에는 세계적인 타지마할 호텔이 위치해 있다. 호텔 건너편의 네루 항구에서 배로 한 시간 정도 가면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엘레판타(Elephanta)섬으로 갈 수 있다. 이 섬은 ‘엘레판타 동굴’로 유명한데 힌두교의 쉬바(Śiva) 신에게 헌정된 동굴 사원들이 한군데 모여있는 쉬바의 성지다. 포르투갈 항해사들이 섬 입구에 있던 커다란 코끼리 석상을 보고 이 섬을 엘레판타라고 부르기 시작했지만 현지인들은 이 섬을 ‘석굴의 도시’를 뜻하는 가라푸리(Gharapuri)라 부른다. 엘레판타를 대표하던 코끼리 석상은 현재 섬에 없다. 인도를 식민지배하던 영국이 석상을 조각 내 영국으로 운반하려다가 실패하여 지금은 뭄바이 빅토리아 가든 동물원(Victoria Gardens Zoo)의 정원에 원형대로 복원되어 있다.
엘레판타섬에 도착하여 빨간 꼬마기차를 타고 섬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고 사원 안으로 들어가면 곳곳의 동굴마다 현무암에 조각된 쉬바의 얕은 부조(bas-relief)를 만날 수 있다. 조각마다 인도 신화의 쉬바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데, 특히 거대하고 움푹 패인 머리가 셋 달린 삼면상 사다쉬바(Sadāśiva)가 가장 인상적이다. 어두운 동굴 안에서도 음영이 확실하게 부각되는 정면 얼굴을 포함한 세 개의 머리가 도드라져 보인다.

각각의 머리에는 쉬바신의 다양한 면모를 담고 있는 얼굴들이 새겨져 있다. 중앙의 얼굴은 차분한 면, 보는 사람을 기준으로 왼쪽 얼굴은 사나운 면, 오른쪽 얼굴은 온화한 면을 나타낸다. 혹은 세 개의 머리를 창조, 보호, 파괴라는 우주적 쉬바의 세 가지 본질적 측면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이 경우 오른쪽 반쪽이자 서쪽을 바라보는 머리는 창조신 브라흐마(Brahmā)이거나 쉬바의 여성적 측면인 우마(Umā) 또는 바마데바(Vamadeva)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 머리는 쉬바의 온화하고 평화로운 얼굴에 부드러운 머리결, 상냥한 미소, 연꽃 봉오리를 든 모습으로 묘사된다. 왼편 반쪽에 해당하는 동쪽 얼굴은 콧수염을 기른 청년의 얼굴로서 무시무시한 아고라(Aghora)나 혼돈의 창조자이자 파괴자인 바이라바(Bhairava), 혹은 무서운 파괴자인 루드라-쉬바(Rudra-śiva)로 알려져 있다. 이는 주로 뒤틀린 콧수염, 찡그린 표정, 헝클어진 머리, 두개골과 코브라 장신구를 통해 잔인한 특성을 부각시킨다.
중앙의 머리는 정면을 응시하는 얼굴로 차분하고 명상적인 탓푸루샤(Tatpuruṣa)이며 유지와 보호의 신 비슈누(Viṣṇu)를 상징한다. 가운데 배치된 이 얼굴은 대주재신 마헤슈바라(Maheśvara)나 마하데바(Mahadeva)로서의 쉬바의 강력한 면모를 표현한 것으로 눈을 감은 채 명상에 들어 있다. 중앙의 탓푸루샤인 쉬바는 우주의 영원한 본질적 특성을 갖추면서도 창조, 유지, 파괴라는 세계가 현현하는 모든 측면을 균형 있게 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